일본은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특히 섬나라 특성상 해양과 육상의 생태계가 동시에 존재하며, 각각 고유한 생물종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양동물과 육상동물 모두 멸종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원인과 보호 방식에도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해양동물과 육상동물 멸종위기종을 비교하며, 서식지 특성, 위협 요소, 그리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식지 특성: 바다 vs 육지
일본의 육상동물과 해양동물은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서 살아가며, 이에 따라 멸종위기 원인과 보호방식에서도 근본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먼저 육상동물은 상대적으로 고립된 서식지를 기반으로 살아갑니다. 일본 열도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 덕분에 홋카이도의 냉대림부터 오키나와의 열대 우림까지 다양한 기후대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이리오모테야마네코는 오키나와현의 이리오모테섬이라는 제한된 섬 지역에서만 서식하며, 아마미구로우사기는 아마미오시마섬의 산림지대에 국한되어 생존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개발이 비교적 적지만, 도로 건설, 관광지 확대, 리조트 개발 등 인간 활동이 침투하면서 점차 생존 공간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육상동물은 대체로 한정된 공간에 정착하는 특성이 있으며, 서식지 경계 밖으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동성이 낮은 포유류일수록 서식지 분할(fragmentation)의 피해가 크며, 이는 곧 유전적 다양성 감소, 개체군 붕괴로 이어집니다. 또 일본의 섬들은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육상 생물의 이주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반면, 해양동물은 지리적 제한이 적고, 광범위한 해역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생활하는 특성을 갖습니다. 일본 주변 해역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면서 매우 풍부한 영양염과 다양한 어종을 만들어냅니다. 참다랑어, 고래상어, 일본바다사자 등은 일본 해역을 오가며 먹이활동, 번식, 이동을 반복합니다.
해양동물의 서식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수온, 염도, 조류, 해저 지형 등 물리적 조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어종이나 대형 해양 포유류는 수천 km를 이동하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 활동과 접촉하는 위험이 증가합니다.
요약하자면, 육상동물은 공간적으로 제한된 서식지에 집중되고, 해양동물은 광역적인 이동 생태계를 기반으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서식지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곧 보호정책 수립 시 '고정형 보호'와 '이동형 보호'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됩니다.
위협요소 비교: 해양과 육상의 차이점
멸종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근본 원인은 육상동물과 해양동물 각각에게 고유하며, 위협 요인 또한 다층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육상동물의 가장 큰 위협은 단연 서식지 파괴입니다. 도시 확장, 도로 개설, 리조트 건설 등은 숲을 파괴하고 동물들의 이동 통로를 끊어놓습니다. 특히 이리오모테야마네코는 서식지 내 도로를 가로지르는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며, 이는 주요 폐사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 아마미구로우사기는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인데, 도시의 조명과 인간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위협은 외래종 침입입니다. 황소개구리, 들고양이, 들개, 붉은귀거북과 같은 외래종이 번식하면서 토착종의 먹이를 차지하거나 직접적인 포식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립된 섬 생태계는 외래종 유입에 매우 취약하며, 한번 유입되면 제거하기도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기후 변화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홋카이도 지역의 눈이 줄어들자, 에조유키우사기는 하얀 털로 위장한 상태로 눈 없는 땅을 다니다가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서식지의 시각적 위장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생존률을 떨어뜨리는 예시입니다.
해양동물은 인간 활동에 따른 간접적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남획입니다. 참다랑어는 일본 내 고급 스시 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지며 과잉 어획의 대표 사례가 되었고,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IUCN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또 고래상어, 귀신고래 등은 비의도적 혼획(bycatch)으로 인한 피해도 큽니다.
또 하나의 핵심 위협은 해양오염입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중금속, 농약 유출, 유류 유출 등이 해양 생물의 생식 기능, 성장,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물고기나 해조류를 섭취한 생물이 사망하거나 기형으로 태어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위협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입니다. 일본 남부의 산호초 지대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인한 백화현상이 지속되며, 그 안에 서식하던 다양한 어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양동물은 글로벌 환경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피해의 추적과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보호대책과 대응방식의 차이
서식지와 위협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보호 전략 또한 구체적이고 맞춤형이어야 합니다.
육상동물 보호전략
- 법적 보호종 지정: 이리오모테야마네코, 아마미구로우사기 등은 일본 문화청에서 '천연기념물' 및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 보호구역 설정 및 출입 제한: 고유종이 서식하는 일부 산림 지역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정기적인 생태 조사가 시행됩니다.
- 외래종 제거 캠페인: 아마미섬 등에서는 포획틀을 설치하고, 외래 포식자 제거 작업을 진행하여 고유종의 생존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 지역주민 교육 및 참여 확대: ‘야마네코 지킴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생물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과 연계된 시민과학 프로그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양동물 보호전략
- 국제 조약 및 어획규제 강화: 일본은 CITES와 IWC 등 국제 협약에 참여하여 멸종위기종 보호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해양보호구역(MPA) 확대: 일본은 EEZ 내 해양보호구역 설정을 확대하며, 조업 금지, 선박 진입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 어업 인증제도 도입: MSC 인증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어업을 장려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인식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 기술 기반 모니터링: 위성추적기, 해양 드론, 수중 카메라 등을 활용해 해양동물의 이동 경로와 혼획을 감시합니다.
결론적으로 육상은 ‘지역 중심의 직접적 보호’, 해양은 ‘국제 협력 기반의 간접 대응’이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접근법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의 생물다양성을 종합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병행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일본의 해양동물과 육상동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며, 각각 고유한 위협과 보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육상동물은 인간의 도시 개발, 외래종 유입 등의 국지적인 영향에 의해 생존 위협을 받고 있으며, 해양동물은 글로벌 환경 문제와 국제 무역, 남획 등 보다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동물 보호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유지와 인간의 책임 있는 행동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입니다. 바다와 육지를 나눌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위한 전방위적 보호 정책과 시민 참여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내일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